나는 전설이다 (I Am Legend, 2007)

관리자 | 2017.02.01 16:16 | 공감 1

영화 콘스탄틴 Constantine, 2005 의 감독으로 잘 알려진 프랜시스 로렌스가 2007년에 내놓은 신작 나는 전설이다 I Am Legend, 2007는 극장판과 감독판의 결론이 판이하게 다르다. 

극장 상영판은 주인공 로버트 네빌이 흡혈귀가 된 벤 코트만의 습격을 받고 지하 실험실에서 마지막 저항을 한다. 더 이상 버틸 수 없음을 안 로버트 네빌은 자신이 개발한 백신을 생존자에게 주고 그들을 탈출시킨다. 대신 자신은 흡혈귀들과 함께 자폭한다. 인류에게 희망을 안겨주고 자신을 희생시킨다는 점에서 ‘나는 전설이다’라는 형식적 메시지는 그래도 유지한 셈이다. 

반면 감독판의 결말은 극장 상영판과 많이 다르다. 로버트 네빌이 흡혈귀가 된 벤 코트만의 습격을 받고 지하 실험실에서 마지막 저항을 한다. 마지막 저지선인 유리방화벽을 깨려던 벤 코트만은 자신의 여자 친구가 아직 살아있다는 것을 발견하고 잠시 공격을 멈춘다. 로버트 네빌은 유리방화벽 문을 열고 벤 코트만의 여자 친구를 넘겨준다. 이 과정에서 로버트 네빌과 벤 코트만은 서로의 존재를 인정하게 된다. 벤 코트만과 그의 동료들은 조용히 퇴각한다. 로버트 네빌과 생존자들은 백신을 들고 그 도시를 떠난다. 

극장 상영판과 감독판의 이런 차이는 프랜시스 로렌스 감독이 이 작품의 원작을 어떻게 영화화할 것인가를 매우 고심했던 흔적이다. 하지만 두 가지 결론 모두 리처드 매드슨의 소설 원작의 철학과 맛을 살리는 데에는 실패한 것으로 보인다. 

1954년에 발표한 리처드 매드슨의 소설 <나는 전설이다>는 그동안 모두 세 번 영화로 만들어졌다. 1964년에 <지상 최후의 사나이>라는 제목으로 영화화 되었고, 1971년에 <오메가 맨>으로 영화화가 되었다. 그리고 2007년에 <나는 전설이다>로 다시 만들어져 세상에 선보였다. 리처드 매드슨의 원작소설은 세 편의 영화 뿐만 아니라 <살아있는 시체들의 밤>이나 <새벽의 저주>, <28일 후>, <레지던트 이블> 같은 다양한 좀비 영화 탄생에 크게 기여를 했다. 영화 뿐만 아니라 스티븐 킹 같은 작가에게도 큰 영향을 끼쳤다. 이 원작소설의 어떤 힘이 그러한 파장을 일으켰던 것일까? 

핵전쟁 이후 인류는 변종 바이러스에 감염돼 흡혈귀로 변한다. 그러나 로버트 네빌은 바이러스에 감염되지 않는다. 밤이 되면 온 도시가 흡혈귀로 뒤덮이고 뒤덮이고, 낮이 되면 로버트 네빌은 도서관 등을 찾아다니며 백신을 개발하기 위해 연구를 한다. 낮과 밤의 교차, 로버트 네빌과 벤 코트만의 끊임없는 사투, 그 과정에서 주인공의 바이러스에 대한 치밀하고 끈기있는 추적과 내면적 슬픔이 뼈 속 깊이 파고든다. 

이러한 설정은 영화와 원작소설은 많이 닮아있다. 하지만 영화와 원작소설이 세 가지 측면에서 근본적으로 다르다.
   
첫째로 벤 코트만에 대한 설정이다. 
영화에서의 벤 코트만은 자신의 여자 친구를 납치해 간 네빌과 끊임없는 신경전을 벌이다가 결국 그를 습격한다. 유일하게 남은 생존자와 흡혈귀이 대립이 ‘여자 친구’ 때문으로 축소되고 만다. 반면 원작소설에서 벤 코트만은 핵전쟁 이전에는 네빌과 절친했던 인물로 그려진다. 평범한 미국 중산층이었던 두 사람이 핵전쟁 이후 극단을 달리며 갈라진 두 개의 세계로 양분된다. 네빌은 코트만을 비정상적인 세계로 인식하고, 코트만은 네빌을 새로운 세계를 위협하는 위험 인물로 인식한다. 

둘째로 원작소설의 ‘루스’와 영화의 ‘루스’에 대한 설정이 다르다. 
영화에서는 네빌이 개발한 백신을 전달하고 ‘전설’을 증거하는 인물로 그려진다. 반면 원작소설에서는 새로운 세계를 이끌고 있는 고위직으로 그려진다. 전자와 후자의 설정은 영화와 원작소설의 흐름을 바꾸는 데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한다. 원작소설에서 루스는 네빌에게 이렇게 말한다.

“새로운 세계란 늘 원시적이죠. 그 점을 아셔야 해요. 어떤 점에서 우리는 혁명 전사와 같죠. 폭력으로 사회를 재편하려는. 그건 불가피한 거예요. 당신도 폭력에는 익숙하지 않나요? 살인을 했죠. 그것도 여러 번이나.”

루스의 이 발언은 네빌로 하여금 자신이 새로운 세계에서는 비정상적인 인물이며, 제거되어야할 인물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해준다.

셋째로 결론에 대한 설정이 가장 크게 다르다. 
영화는 극장 상영판과 감독판이 다르긴 하지만 두 개의 결론 모두 원작소설과 근본적으로 다르다. 앞서 루스가 새로운 세계를 이끌고 있는 고위직으로 등장해 네빌의 파멸을 주도하고, 그 과정에서 네빌은 “나는 이제 비정상적인 존재다. 정상이라는 것은 다수를 의미한다. 다수의 기준이지 한 사람의 기준이 아닌 것이다.”라는 새로운 자각을 하게 되는 것이다. 인류의 마지막 생존자이자 정상이었던 네빌이 새로운 인류가 장악하고 있는 세계에서는 비정상이라는 자각은 이 원작소설의 메시지를 압축하고 있다. 이 원작소설의 마지막 문장에서 작가는 핵전쟁 이전에 인류가 흡혈귀에 대한 전설을 간직하고 있듯이, 신인류에게 네빌은 이제 전설이 되고 있다는 것을 이렇게 표현하고 있다.  

‘로버트 네빌은 이 땅의 신인류를 내다보았다. 그는 처음부터 그드에게 속할 수 없는 존재였다. 흡혈귀와 마찬가지로 그 역시 파괴돼야 할 아나테마(가톨릭에서의 저주)이자 검은 공포였다. 생각이 거기에 미치자 그는 고통속에서도 기쁘다는 생각이 들었다. (중략) 그래, 또 다른 시작인 거야. 죽음 hr에서 태어난 새로운 공포. 영원한 요새를 정복한 새로운 미신. 이제 나는 전설이야.’

이런 작가의 메시지는 세 편의 리메이크된 영화나 좀비나 미래의 묵시록을 담은 여타 영화에서는 도저히 따라갈 수 없는 원작의 힘이라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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